Claude Code가 바꾼 것, 그리고 찾아온 위기의식
2025년 가을 Claude Code가 일하는 방식을 흔들던 시기에, 지금처럼 일하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을 처음으로 분명하게 느꼈습니다. 그 자각을 시작점으로 적습니다.
2025년 10월, 저는 제 일을 다시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회사가 잘못되고 있어서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였습니다. 잘 되고 있는데도, 잘 되는 방식 자체가 곧 낡을 것 같다는 불편한 감각이 가시지 않았습니다.
2025년 가을 Claude Code가 등장하면서 한 사람이 처리할 수 있는 일의 양과 속도가 달라졌습니다. 저는 도구가 하나 늘었다고 받아들이는 대신, 지금처럼 일하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이 글은 그 자각이 시작된 지점의 기록입니다.
저는 주식회사 큐레아라는, 교육 분야의 AI 전환을 다루는 회사를 운영합니다. 제품으로는 문서를 닫는 마침, 영상을 닫는 보임, IR을 닫는 새김을 만들어 왔습니다. 그러니 저는 'AI를 쓰는 회사'를 운영한다고 믿어 왔습니다. 그 믿음이 흔들린 것이 그 가을이었습니다.
도구가 하나 늘어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Claude Code를 처음 며칠 써 봤을 때, 솔직히 말하면 신기한 장난감 정도로 봤습니다. 자동완성이 더 좋아진 무언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생각이 틀렸다는 걸 깨닫는 데 일주일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며칠 만에, 저는 예전 같으면 한 명의 개발자에게 사나흘을 부탁했을 작업을 혼자 한나절에 끝내고 있었습니다. 코드만이 아니었습니다. 기획서의 초안을 잡고, 데이터를 정리하고, 흩어진 문서를 한 형태로 모으는 일까지 같은 방식으로 흘러갔습니다. 그때 든 생각은 기쁨이 아니라 서늘함이었습니다.
도구가 하나 늘어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한 사람이 처리할 수 있는 일의 양과 속도라는, 조직 설계의 가장 밑에 깔린 전제가 통째로 움직인 것이었습니다.
잘 되고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위험했습니다
그 무렵 큐레아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제품은 나가고 있었고, 고객도 늘고 있었습니다. 바로 그 점이 위험했습니다. 잘 굴러가는 조직은 굳이 자기 작동 방식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의심할 이유가 눈앞에 없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외부에서 일어나는 변화의 속도와, 우리 내부가 일하는 속도 사이의 간격이 매주 벌어지는 걸 느꼈습니다. 시장은 한 분기 만에 전제를 바꾸는데, 우리는 여전히 사람 수와 일의 양을 선형으로 맞추는 회사였습니다. 사람을 더 뽑아야 일이 더 되는 회사. 그 공식이 더는 맞지 않는데, 우리는 그 공식 위에 서 있었습니다.
지금 잘 되고 있다는 사실이, 지금 방식이 옳다는 증거는 아닙니다.
위기의식의 정체
처음에는 이 불편함이 막연한 트렌드 불안인 줄 알았습니다. 'AI가 온다'는 식의, 누구나 하는 그 이야기. 그런데 곱씹어 보니 제 불안은 훨씬 구체적이었습니다.
첫째, 우리 제품에 AI를 더 잘 넣는 문제. 둘째, AI로 일하는 조직을 만드는 문제. 저는 그동안 이 둘을 같은 문제로 뭉뚱그려 왔는데, Claude Code를 쓰면서 두 문제가 전혀 다른 종류라는 걸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이 깨달음은 다음 글에서 본격적으로 풀겠습니다.
위기의식의 정체는 결국 이것이었습니다. 제품은 바꾸기 쉽습니다. 코드를 고치면 됩니다. 하지만 일하는 방식, 사람들의 습관, 조직의 구조는 코드로 고쳐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진짜 전환이 필요한 곳은 후자였습니다.
그래서 무엇을 하기로 했나
그 가을, 저는 두 가지를 결심했습니다. 하나는 이 전환을 회사의 부차적 과제가 아니라 가장 위의 과제로 올리는 것. 다른 하나는 그 과정을 공개적으로 기록하는 것이었습니다. 잘 된 것만 자랑하는 사례집이 아니라, 막히고 틀리고 되돌아온 것까지 그대로 남기는 일지로요.
이 글이 그 첫 장입니다. 솔직히 이때의 저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거의 몰랐습니다. 다만 지금처럼 일하면 안 된다는 것만은 분명했습니다. 그 한 줄의 확신으로 이 연재를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