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과제
제품에 AI를 입히는 일과, AI로 일하는 조직을 만드는 일은 다른 문제입니다. 둘을 같은 문제로 묶어 두면 전환은 제자리에서 돈다는 것을 깨달은 기록입니다.
지난 글에서 위기의식의 정체가 두 개의 다른 문제였다고 적었습니다. 11월의 한 달은 그 두 문제를 분리해서 보는 데 거의 다 썼습니다. 분리하고 나니, 그동안 제가 왜 헛돌았는지가 보였습니다.
제품에 AI를 입히는 일과, AI로 일하는 조직을 만드는 일은 다른 문제입니다. 앞은 코드의 문제이고 뒤는 습관과 구조의 문제입니다. 둘을 같은 과제로 묶어 두면 제품이 좋아진 것을 조직이 바뀐 것으로 착각하게 됩니다.
첫 번째 과제 — 제품에 AI를 넣는 일
이쪽은 우리가 비교적 잘 해 온 일입니다. 마침은 문서가 닫히는 조건을 코드로 박았고, 보임은 숏폼 한 편을 하나의 닫히는 단위로 만들었습니다. AI를 제품의 어느 지점에 넣어야 사람이 판단에만 집중하는지, 우리는 손으로 배워 왔습니다.
이 과제의 좋은 점은 경계가 분명하다는 것입니다. 무엇을 고칠지, 언제 끝났는지가 명확합니다. 기능을 정의하고, 만들고, 지표로 확인하면 됩니다. 어렵지만 정직한 종류의 어려움입니다.
두 번째 과제 — AI로 일하는 조직을 만드는 일
문제는 두 번째였습니다. 제품에 AI를 잘 넣는다고 해서, 그 제품을 만드는 조직이 AI로 일하게 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건 제게 의외였습니다.
저는 막연히, 좋은 도구를 만들고 좋은 도구를 쥐여 주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다르게 일할 거라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11월에 내부를 들여다보니, 같은 도구를 손에 쥔 두 사람의 생산성이 몇 배씩 차이가 났습니다. 도구가 아니라 일하는 방식의 차이였습니다.
왜 둘을 자꾸 헷갈렸나
곱씹어 보니, 제가 둘을 묶어 본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제품이 좋아지는 것이 눈에 더 잘 보였기 때문입니다. 제품의 지표는 매주 올라가는데, 그걸 보며 저는 '우리 회사가 AI로 전환되고 있다'고 착각했습니다.
하지만 제품의 전환과 조직의 전환은 다른 곡선을 그립니다. 제품은 가파르게 좋아지는데, 조직의 일하는 방식은 거의 평평했습니다. 저는 가파른 곡선만 보고 평평한 곡선을 못 본 것입니다.
제품이 좋아지는 속도를, 조직이 바뀌는 속도로 착각하면 안 됩니다.
두 과제는 난이도도 다릅니다
분리하고 나서 더 분명해진 게 있습니다. 두 과제는 난이도가 다릅니다. 제품에 AI를 넣는 건 결국 우리가 통제하는 코드의 문제입니다. 어렵긴 해도 우리 손 안에 있습니다.
반면 조직을 바꾸는 건 사람의 습관, 직무에 대한 자기 정체성, 오랫동안 옳다고 믿어 온 일하는 방식을 건드리는 문제입니다. 코드는 고치면 다음 날 다르게 동작하지만, 사람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 비대칭을 11월 한 달 동안 뼈저리게 느꼈고, 그래서 12월에는 직접 부딪쳐 보기로 했습니다. 그 시도들이 다음 글입니다.